제목 : 이슬람 여성의 숨겨진 욕망
저자 : 제럴딘 브룩스
출판사 뜨인돌
별점 ★★★★
기독교에는 성경이 있고, 이슬람교에는 코란이 있다. 원래 이슬람이라는 말은 '복종'이라는 뜻이다. 그 말에 맞게, 이슬람의 여성들은 겉으로는 정말 '복종'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사실 실제로도 대부분이 그러하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해외통신원으로 중동에 파견된 여기자 제럴딘 브룩스의 실제 체험을 써내려간 글이다. 소개글에도 나와있듯, 이 책은 그녀가 종교와 권위라는 두터운 벽에 발길질도 해보고 차도르 뒤에 숨은 여성들과 가슴으로 만나며 관찰, 분석해낸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슬람은 철저히 남성중심의 종교로 왜곡되어버렸다. 코란은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는데 코란의 내용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관습화시켜서 할례와 같은 행위를 문화, 습관 등으로 해석한다. 무슬림 세계의 여성들이 지금까지 답답하고, 순종적이고, 억압된 삶을 살아오는지 알고는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신선한 충격과 무거운 울림을 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겉에서만 지켜본 뒤 이러이러할 것 같다 라는 식의 책이 아닌, 실제로 몇년간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생생한 이야기였다.
'신은 여자도 사랑했다' 이 책의 뒤에 나와 있는 말이다. 나는 이 한마디가 이 책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슬림 남자들은 여자들을 마치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금기의 존재, 더러운 존재, 믿어서는 안되는, 기독교에서 칭하는 뱀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자신들은 4명의 아내를 가질 수 있고, 마음대로 이혼을 할 수 있는 등 여성과는 확연히 다름을 강조한다. 사우디에서는 여자 혼자 방을 묵을 수도 없고, 이란에서는 아내가 출국을 하려면 남편의 동의서가 있어야한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가부장적이라고 해도 무슬림들의 삶에 비하면 이보다 더 평등한 삶이 없다. 그 정도로 무슬림 여성들은 '코란의 가르침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그저 당하고만 있다.
몇몇은 그것이 궤변임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체 사회 시스템을 거부했다가는, 차도르를 안썼다간,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바로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할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궤변임을 알면서도 그 시스템에 순종하는 것이다. (사실 차도르를 '잘못된' 문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는 안된다. 문화의 상대성은 존중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코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보여도 괜찮지만 아닌 곳은 가려야 한다'로 언급된 구절을 무슬림들이 해석한 방법이다. 그들은 손과 눈, 코만을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사실 그러한 의복 문화, 즉 '이슬람 종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문화를 거부한다기 보다 '과연 진정으로 지금 이 사회의 모습이 코란이 말하는 사회의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과연 코란에서 언급한 '눈에 띄는 부위는 보여주고 눈에 그리고 그녀의 답, 그리고 나의 답은 'NO'이다. 코란에서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접촉을 했을 때 돌팔매질로 죽이라는 내용이 쓰여있지 않다. 어느 코란에서도 여성학대를 합리화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 문단에서 언급했던 '궤변임을 아는 여성들', 그들이 움직여야한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우리 또한 움직여야한다. 나는 이 책이 내가 읽은 어떠한 세계문화 책중에서도 가장 묵직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슬림 여성들은 바보가 아니다. 차도르 속에 갇혀서, 그저 집 안에 갇혀서 '이정도면 행복하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조용히, 차도르 속에 숨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코란의 가르침이 진정으로 무슬림들에게 다가갈 때, 무슬림 여성들에게 훨씬 더 나은 생활이 펼쳐질 사회를 기대해본다.
한 줄 정리 : 무슬림 여성의 참혹한, 그러나 기대할만한 현재에 대한 세심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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