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무바라크를 쫓아내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무슬림 형제단 출신의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문제는 무르시가 50%가 약간 넘는 득표율로 당선이 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시작부터 무르시는 국민 절반이 반대하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전에 월간중동에 '현대판 파라오'라 하면서 무슬림 형제단과 무르시에 대해 좀 비판적으로 본 기사를 썼었는데.. 사회도 불안정하고 온갖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집트를 하루아침에 변화시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새 대통령은 처음부터 반대파가 많았기 때문에 관련 기관들의 협조를 얻기도 힘들었고, 이집트의 상황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빠른 회복을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무르시가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면서 종교적 색채를 과도하게 집어넣으려 했고 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했으나 우선 선거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임기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어야 합니다. 불만을 갖고 지켜보다 결국 1년이 지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고(정작 군부는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일 뿐 절대 쿠데타가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요)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이집트 국민이 군부를 지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슬림 형제단과 무르시를 지지하는 세력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래 영상은 펜팔 친구가 보내준 시위 영상입니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주로 시위를 벌이는 장소가 두 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나흐다 광장이라고 합니다.
군부는 군부에 반대하고 무르시를 지지하는 이들을 나라에 혼란을 가져오는 세력들이라 단정지으면서 국민들에게 이들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펜팔 친구가 과거 무바라크 시절, 70년대 우리나라의 중앙정보부와 같은 기관이 있었다고 합니다.(기관 이름을... 모르겠네요) 세속주의자였던 무바라크 세력은 기관으로 하여금 수염을 기르고 독실한 종교생활을 하면서 좀 수상해보이는 사람이다 싶으면 잡아가서 감금해두고 조사하거나 고문하도록 했습니다. 혁명이 일어나면서 폐지되었으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표적이 누가 되었는지는 말 안해도 알겠지요..
군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꼭 무르시와 무슬림 형제단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뜻대로 하겠다던 군부가 평화롭게 시위하던 군중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군부가 새 정부가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군부는 아까 말했던 그 기관을 이용해 사람들을 무작위로 잡아가고 TV 프로그램을 막는 등 정말 군부가 민주적인 정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무르시가 재집권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적어도 군부는 절대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군부를 반대하는 것이죠.
앞으로 이집트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군부를 지지하는 세력이나 무르시를 지지하는 세력이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같은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방법이 다를 뿐인 상대편 세력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유혈사태만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ㅠㅠ
'중동은 지금 > 정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아 화학무기, 시리아 공습 관련 정리 (외신보도를 중심으로) (3) | 2013.09.02 |
---|---|
관타나모 (1) | 2013.06.23 |
헤드라인으로 보는 지난 주 중동! 2013. 05. 14 - 2013. 05. 19 (0) | 2013.05.20 |
World Economic Forum on the Middle East and North Africa 2013 (0) | 2013.05.17 |
이슬람 지하드 2. 하마스 Hamas (4) | 2013.05.03 |